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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프로그래밍과 머신러닝은 어떻게 다를까?DNA Programming 2025. 4. 22. 07:43
1. 두 기술은 모두 ‘학습’을 목표로 하지만
현대 인공지능 분야에는 수많은 알고리즘이 존재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학습'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는다. 입력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패턴이나 함수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머신러닝은 통계적 기법을 기반으로 하며,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한편, 머신러닝과는 전혀 다른 철학과 원리에서 출발한 기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유전 프로그래밍(Genetic Programming, GP)이다. 이 기술은 생물학의 진화 원리를 모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스스로 진화시킨다. GP는 머신러닝처럼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 자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즉, 머신러닝은 모델을 학습하는 것이고, 유전 프로그래밍은 코드를 학습하고 생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기술은 겉보기엔 유사해 보이지만, 근본적인 작동 방식과 목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 학습 방식의 철학적 차이: 모델 대 코드
머신러닝은 대부분 모델 기반 학습을 중심으로 한다. 데이터를 입력하고, 목표 출력을 기준으로 모델의 가중치나 구조를 수정하며 최적화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미리 정해준 모델 구조(예: 선형 회귀, 신경망 등)를 기준으로 성능을 점차 개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즉, 머신러닝은 고정된 구조 안에서 파라미터를 조절하는 학습에 가깝다.
반면, 유전 프로그래밍은 모델이 아닌 코드 자체를 설계하는 진화 기반 학습 방식을 사용한다. GP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 자체를 고정하지 않고, 트리 형태의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식으로 생성하고 진화시킨다. 프로그램을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무작위로 시작한 코드들이 적합도를 기준으로 선택되고, 교차 및 돌연변이를 거쳐 새롭게 조합되면서 최적 구조를 찾아간다. 이 과정은 구조와 로직 모두를 동시에 설계하는 학습 방식으로, 기존의 머신러닝보다 훨씬 높은 표현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결과물에도 영향을 준다. 머신러닝은 특정한 함수나 분류기 형태로 결과를 도출하지만, 유전 프로그래밍은 독립적인 실행 가능한 코드나 수식으로 문제 해결책을 생성한다. 즉, GP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직접 진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3. 데이터 중심 vs. 행동 중심: 적용 방식의 차이
머신러닝은 기본적으로 풍부한 학습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대량의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고, 새로운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이를 일반화하여 예측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머신러닝은 데이터의 양과 질에 매우 민감하며, 학습 전에 데이터 정제와 특성 선택 등의 작업이 필수적이다.
반면, 유전 프로그래밍은 데이터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GP는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함수나 알고리즘)을 진화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기존의 라벨링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상황에서 최대 점수를 얻는 행동 전략을 스스로 진화시킬 수 있다. 이는 행동 기반 시뮬레이션, 물리 모델링, 제어 시스템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한 머신러닝은 일반적으로 예측 모델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많지만, GP는 직접적인 실행 가능한 결과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즉, GP는 입력-출력의 관계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처리 과정을 구성하는 능력을 갖는다. 이 점에서 GP는 제어 시스템, 알고리즘 최적화, 게임 AI 등 복잡한 로직이 필요한 영역에 더 적합한 특성을 지닌다.
4. 해석 가능성과 창의성: 자동화 설계의 차원
머신러닝, 특히 딥러닝 모델은 성능은 우수하지만 해석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수천 개의 가중치와 수백 층의 은닉 노드를 가진 모델은 내부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블랙박스 모델”이라고 불리며, 의학이나 금융과 같은 고신뢰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반면, 유전 프로그래밍은 트리 형태의 프로그램을 생성하기 때문에, 구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각 트리의 가지와 노드는 특정한 연산이나 조건문을 나타내므로, 사람이 보고 코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식 형태의 GP 결과물은 전문가들이 쉽게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GP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방식의 솔루션을 생성할 수 있는 창의성을 지니고 있다. 정해진 틀 안에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무한히 새롭게 조합해내기 때문에, 때로는 인간이 설계하지 못한 독특하면서도 효율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특히 탐색 공간이 넓고 해결 방식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에 있어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5.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술을 선택해야 할까?
유전 프로그래밍과 머신러닝은 서로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가깝다. 머신러닝은 대규모 데이터셋 기반의 예측이나 분류에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실시간 처리,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등에서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다. 반면, GP는 코드나 전략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최적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GP는 물리 법칙이 명확하지 않거나, 사람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동화된 코드 설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데이터가 충분히 존재하고, 기존의 모델로도 충분히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문제라면 머신러닝이 더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두 기술은 문제의 성격, 데이터의 유무, 최종 산출물의 형태에 따라 선택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두 기술을 결합하여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GP로 전체 프로그램 구조를 설계하고, 머신러닝으로 그 내부의 파라미터를 튜닝하는 방식은 이미 일부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래에는 이 두 기술의 융합이 새로운 인공지능 설계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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